목요일, 1월 05, 2012

2012. 1. 5. 2주기

엄마 떠나신지 2년이 되었네요.

오늘 한국에선 아버지, 봉준이네, 이모들 모두 모여 제사상을 준비한다고 해요. 아버지가 작년처럼 또 저랑 봉준이가 엄마한테 바치는 편지를 써서 축문 대신 읽자고 하셨지만, 봉준이한테 전 싫다고 했어요. 다른 뜻이 아니라 엄마를 그리워 하는 마음도 이젠 망자로서 예의를 갖춰서 대하는 것이 오히려 아버지나 이모들의 감정을 추스리는데에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봉준이가 나름대로 제 이야기도 쓰고 해서 편지를 읽었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이모부들께 당부하긴 했어도 아버진 약주를 꽤 하신 모양이에요. 혜진이가 전화를 했는데, 이모들이랑 아버지 목소리가 많이 가라 앉은것 같아서 얼른 끊었다고 하더라구요.

엊그제 설날엔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차례상을 준비했어요. 여기 재불과협에서 만난 친구들 선후배들 가족과 함께 모두 모이니 저희까지 총 8가족이더라구요. 아이들도 각각 둘씩 있어서 모두 32명이나 되었어요. 물론 차례때는 7가족이었지만 아뭏튼 혜진인 오랜만에 명절 분위기 난다고 좋아하더라구요. 참석하는 집에서 차례 음식 한두가지씩 준비하고 저희가 장소랑 음료수, 떡국, 보쌈을 준비했어요. 이곳에서 차례를 지내는 가족이 있어서 향이나 그런것도 준비되었구요. 아니나 다를까 집집마다 방식이 달라서 남자들끼리는 나름대로 옥신각신하고 해서 정말로 명절 분위기가 나더라구요.
차례 끝무렵엔 엄마한때 따로 녹차를 올렸어요.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차례 지내고 아이들 새배도 받고 덕담도 나누고 새뱃돈도 주고요. 점심부터 저녁까지 먹고 마시고 떠들고, 아이들은 밖에 나가서 놀다가 집에서 놀다가 결국 모두 가고 나니 집은 폭탄 맞은것 처럼 난장판이 되었더라구요. 늦게까지 모두 치우고 청소하고.. 저랑 혜진이랑 녹초가 되었었어요.

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스페인 남부 여행을 다녀왔어요. 엄마 공연에도 종종 불렀던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나 루스티카나"의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그 노래의 고장인 안달루시아 지방이요. 운전하면서 혼자 계속 그 노래를 흥얼거렸어요. 세비야로 날아가서 렌트를 한후 코르도바, 그라나다, 무르시아, 발렌시아까지 여유롭고 알찬 여행이었어요. 무엇보다도 햇빛이 너무 좋았고, 올리브에 빠에야에 음식도 너무 좋았구요. 모두들 부러워하는 여행이었어요. 성규는 이제 자기 앞가림을 잘해서 별 문제는 없구요.. 물론 멀미를 하시죠.. 문정이는 정신 없긴해도 그래도 이젠 잘 따라다녀요. 꽤 걸어도 잘 버티구요.

올해는 저 한테 큰 변화가 있는 한해가 될꺼에요. 2001년 여름 프랑스에 와서 지금까지 11년 동안 공부와 직장 생활을 했는데요. 미국의 국립연구소에서 좋은 자리 제안을 받았어요. 아버지는 엄마가 그 소식을 못들은게 못내 아쉽다고 하시면서 또 눈물을 보이셨는데요. 제가 늘 말씀드렸듯이 이젠 자신감있게 잘 풀릴거에요. 곧 이사준비를 해야되요. 정도 들었지만 이젠 프랑스가 지겹기도 해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기분에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네요. 떠나기 전에 못했던 여행과 못가봤던 박물관도 좀 더 다녀볼 계획이에요.

지난해 한국을 두번갔어요. 만익이 결혼때와 저 일본 출장때 잠깐 들렸구요. 친구들도 많이들 안정되서 중학교 동문회도 잘 활성화 되고 있구요. 무었보다도 봉준이가 회사에서 인정받고 실력있는 직장인으로 잘 성공하고 있다는 소식에 너무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버지는 건강하세요. 술, 담배도 적당히 즐기시고, 회관 친구분들이랑 바쁘게 지내시고, 운동도 잘 하시고... 외관상으로는 별 문제는 없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많이 힘들어하세요. 마음의 위안을 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나셨으면 해요. 그런건 엄마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예전엔 3년상을 했는데, 왜 그랬는지 절실히 깨닫고 있어요.

누구나 사람은 나고 떠나고 하죠. 그걸 운명으로 받아드리고 삶을 살아가는게 좋을것 같아요.

항상 가까이 계시는거 잘 알고 있어요.
저희 가족 봉준이네 가족, 아버지 모두 건강히 지내게 잘 지켜주세요.

2012년 1월 5일
큰아들 용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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