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6월 23, 2009

호재

우린 중학교 동창이다. 고등학교는 아닌것 같고 (확실하진 않음)... 마지막으로 만난건 아마 15년은 족히 넘지 않았을까? 어쩌면 더 오래됐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머니들 모임 덕분에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서먹하지는 않았다.

호재에 대한 기억은 참 각별하다...
중학교 2학년에 같은 반이었을꺼다. 난 그땐 키가 작았고 (20번대..) 호재는 조숙했다..키도 크고.. 게다가 공부도 잘해서 선도부를 했던것 같다.
우리같은 호빗들이 보기에는 의젓한 어른들로 보였고, 남녀 공학이라도 여자애들하고는 말한마디도 못 해보는 그저그런 우리들과는 노는 물이 달랐던것 같다. 그런데, 어느날 그것도 매우 갑자기 호재가 우리집에 왔다. 그냥 내 친구라고 놀러 왔다고...

난 지금과 다르게 숫기도 없었고 (까불기는 했지만) 친구들과 깊은 정을 나눌 수 있는 진지함도 없었다. 그저.. 있는듯 없는듯 하는 공부도 그저그렇고 운동은 (전혀) 못하는 그런 아이었는데... 느닷없이 호재가 우리집에, 그것도 혼자 놀러왔던 것이다. 이후, 같이 놀았는지 난 없었는지 아니면 뭘하고 놀았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울 엄마 말씀이 "얼굴이 하얗고 키큰 의젓한 호재.."로 기억할 뿐이다. (그런데 말해보니 호재는 그일을 기억 못하고 있었다...후후)

호재는 나를 좀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가끔 그런 소리를 듣긴했지만 (그리고 지금도 그런 이미지가 없는건 아니지만..) 좀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과묵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맨날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고 엄마한테 핀잔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꼿꼿이 앉아 있는 자세 바른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지네 엄마한테 나에 대한 특성은 꼿꼿이 앉아 있는 아이로 설명했다고 할 정도로...

호재는 미국에 온지 10여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젠 영주권을 갖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들도 커서 한국을 들어가긴 어려울 꺼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10년동안 한국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한다.

호재나 나나 한국에 꼭 돌아간다는 기약이 없는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어서 그런지 "교민"으로서의 공감대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그런것 보다는 20년이 넘은 "그냥" 친구로서 서로 대하는 모습은 예전 그대로 였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키가 더 큰것 같기도 하고...ㅎㅎ

댓글 1개:

누구게 :

오홋...베일에 가려져 있던 호재...이렇게 얼굴을 보게 되는구나. 나도 만날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